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

어린 시절의 크고 작은 상처를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 상처가 너무나도 커서 매일매일 생각하며 되새기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 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어린 시절 상처에 대응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그 사람들의 본질은 같습니다. 바로 어린 시절의 상처가 아물지 못한 채 성인기인 지금까지 남아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그 상처를 전달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또 다른 소중한 사람을 상처 입히게 되는 것이죠.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 표지

 

오늘 리뷰할 책은 오랜 심리상담사 경험을 바탕으로 내면아이 치유를 위해 쓴, 존 브래드쇼의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입니다.

 

 

 

 

내면아이가 상처를 받는다면?

어린시절 아이의 성장이 저지되거나 감정이 억제되었을 때, 특히 화가 나거나 깊은 상처를 받았을 때의 감정들이 해소되지 못하고 그 감정을 가지고 그대로 자라서 성인이 되었다면, 화가 나있고 상처받은 그 마음은 어른이 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그의 내면에 자리 잡게 됩니다.

 

그리고 그 내면아이는 그 사람이 성인으로서 행동하는 데 계속해서 지장을 주면서 상처받은 마음을 표현하게 됩니다. 상처받은 내면아이는 성인이 되어서 아래와 같은 행동들을 하게 됩니다.

 

  · 상호의존증 : 일종의 정체성 상실.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 바람 등을 포기한다.

  · 공격적 행동 : 학대당하던 아이가 자라서 가해자가 된다.

  · 자기애성 성격장애 : 어렸을 때 제대로 채워지지 못한 욕구로 인해 관심, 인정, 사랑을 갈망한다.

  · 신뢰의 문제 : 양육자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면 아이는 깊은 불신의 뿌리를 안은 채로 성장한다.

  · 마술적 믿음 : '내가 돈이 많아지면 행복해질 거야'라는 마술적인 믿음을 가진해 성장한다.

  · 친밀감장애 : 진정한 자기에 대한 의식이 없기 때문에 관계 속에서 친밀감을 경험하지 못한다.

  · 무질서한 행동 : 훈련이 되지 않거나 너무 강압적으로 자란 아이는 무질서한 모습과 지나치게 규율적인 모습을 보인다.

  · 중독적, 강박적 행동 :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은 경험이 없어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중독에 빠지기 쉽다.

  · 사고의 왜곡 :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아이같은 사고가 이어진다.

  · 공허감(무관심, 우울) : 진정한 자신으로 존재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공허감, 우울감을 느낀다.

 

 

 

 

상처받는 내면아이를 가진 채 자란 어른들

어른A)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분노를 가지고 살아가는 A라는 남성. 이런 분노의 감정을 스스로도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서운한 감정을 안고 화를 내면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요. 7살 때 자기가 하지도 않은 일로 아버지에게 억울하게 매를 맞았던 경험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상처받는 내면아이는 아직까지 "아버지, 저는 정말 그러지 않았어요. 믿어 주세요."라고 울부짖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아이에게 필요한 말은 "그래, 네가 그러지 않았다는 걸 아빠가 알았어. 때려서 정말 미안해. 이제부터 너의 말을 믿을게."라는 말이었을 것입니다.

 

 

 

어른B)

세 밤만 자면 자신을 데리러 오겠다고 할머니에게 어린 자신을 맡기고 떠나버린 엄마. 그 엄마는 세밤이 지나도 심지어 삼 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엄마 빨리 와'라고 마음속에서 매일 울부짖으며 지쳐 잠들고는 했죠. 이 아이는 이렇게 어른이 되어서도 마음속으로 울부짖고 있는 아이를 가진채 다른 사람들을 좀처럼 믿지 못하는 어른으로 자라나게 됩니다.

 

 

 

 

해소되지 않은 상처는 어른이 되어 독이 된다

위에서 예를 든 사례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사례가 있을 것입니다. 태어나서 환영받지 못했던 경험, 관심받고 인정받지 못했던 경험, 방치당했던 경험, 폭력과 학대에 시달렸던 경험, 무시당했던 경험, 부모의 불화를 견디며 살았던 경험, 경제적인 어려움 안에서 자랐던 경험들 등 저마다의 환경에서 각자 다른 상처를 받고 그 상처를 치유받지 못하고 어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 안에 있는 상처받는 아이는 어른이 된 나에게 큰 영향을 줍니다.

 

 

저의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마흔이 되어 심한 알코올 중독에 이르게 되었고 우울증은 심해져만 갔습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그저 세상에 끌려다니는 의미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공허감을 퇴근 후 술로 달래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술이 깨면 우울감과 공허감은 더해갔고 내 존재에 대한 의문은 더해만 갔습니다.

 

항상 더 나은 내가 되려고 노력하고 달려왔었는데 직장, 집, 자동차, 결혼, 아이 등 생각해 왔던 것을 다 이루고 난 뒤에는 그 모든 게 가치없이 느껴졌습니다. '이게 진정 내가 원했던 것인가?' 하고요......

 

모두 부모가, 사회가 심어주고 나에게 강요했던 것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이 책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를 보며 느꼈습니다. 어렸을 적 내 모습 그대로 인정 받지 못하고 부모가 원하는대로 했을 때만 대우 받던 경험이 진정한 내 자신을 지우고 있었다는 것을요.

 

진정한 내 모습 그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어야만 칭찬받고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경험이 진정한 나라는 존재를 지우고 있었다는 것을요. 심각한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은 죽어가던 진정한 내가 소리 내어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라는 것을 알고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과 함께 남의 시선에서 살아가던 삶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어린 내가 듣고 싶었던 말

이렇게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가진 제가 듣고 싶었던 말을 무엇이었을까요?

 

  · 이 세상에 온 걸 환영한다. 널 오랫동안 기다려 왔어

  · 네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 널 혼자 있게 두진 않을 거야. 너화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아

 

제가 어렸을 때 듣지 못해서 어른인 지금까지 큰 상처로 남아있던 말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서 그 말을 해줄 수는 없었죠. 그래도 그 말을 해주었답니다.

 

묵상을 하며 마음속에서 어렸을 적의 나로 돌아가 크고 또박하게 어른인 내가 어린아이인 나에게 다가가 위에 적힌 말들을 해 주었답니다. 그것만으로도 내 마음속을 누르던 돌이 부서진 것 같은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나를 찾겠다는 의욕과 함께 알코올중독과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있구요.

 

 

 

 

끝으로

남들이 보기에 행복한 삶을 사는 것 같지만 항상 무엇인가 빠진 것 같고 내 인생이 아닌 삶을 사는 듯 느끼는 사람.

별 내용 없는 말에 톡톡 쏴대며 자신을 보호하고 공격적이게 되는 사람.

누군가에게 깊이 의지하면서 그 사람 없이는 못 살 것처럼 매달리는 사람.

아버지의 폭력에 절망하면서 자라왔는데 가장이 되어 자신이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

직장에서는 완벽한 모습을 보이지만 퇴근 후 중독적이고 반사회적인 행위에 몰두하는 사람.

 

모두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가진 채 어른이 된 사람들 아닐까요? 태어난 모습 그대로 환영받으며 보호와 지지를 받지 못했던 경험을 가진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진정으로 치유받는 경험을 가지기를 기원합니다. 다소 어려운 내용의 책이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한 번이라도 가슴이 울컥했다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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