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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책리뷰

오래된 연장통, 카페에서 창가에 앉는 이유

진화심리학이란 학문을 최근에야 접하게 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인간의 심리를 진화의 관점에서 찾는 학문인데요. 국내에서 최초로 진화심리학을 전공한 전중환 교수가 쓴 <오래된 연장통>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오래된 연장통오래된 연장통
오래된 연장통 책표지

 

책 제목에서 '연장통'이란 진화의 과정 동안 인간의 마음에 남아있는 본능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진화심리학이란?

진화심리학은 진화에 의해 형성된 인간의 심리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유의미한 진화가 일어나려면 수천 ~ 수만 세대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인간의 마음에는 각각의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심리기제들, 즉 수많은 본능이 존재합니다.

 

이 말은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심리기제들은 조상들이 직면한 하나하나의 사건들을 해결하며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된 아주 오래된 본능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 중 대부분의 기간을 '수렵-채집 생활'이 차지하고 있으며 현대 산업사회 기간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생활상은 급격하게 변화했지만 진화가 일어나기에는 너무도 시간이 부족하였기에, 우리의 뇌가 현대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는 합니다. 즉, 우리는 고도로 발달된 현대 문명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뇌가 이끄는 본능은 아직 구석기시대의 그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기침, 콧물, 배설물을 보면 혐오감을 느끼는 이유

의학적 지식이 전무했던 과거에는 전염병은 너무나도 두려운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전염성 병원체를 옮길지 모르는 상대방을 조심해야 했던 것은 필수였을 것입니다. 지금에야 우리의 타액과 배설물에는 수많은 세균과 병원체가 있음을 알고 있지만 과거에는 그런 내용을 전혀 몰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경험으로 남의 침을 맞고 , 배설물을 만지게 되면 병에 걸린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것이 인간의 본능으로 전해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기침을 하고 콧물을 흘리는 사람, 병에 걸려 병원체를 옮길지도 모르는 사람을 보면 꺼려하는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불안할 때 안아달라고 하는 이유

수렵채집인의 삶에서 생존에 위협되는 요소는 식량의 부족, 폭력, 포식자, 전염병, 안식처, 천재지변 등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요소를 우리가 높은 곳에 올라가는 이유와 결부시켜 보겠습니다.

 

나무나 언덕 등 높은 곳에 오르면 우리는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됩니다.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우리는 좀 더 잘 볼 수 있습니다. 먹을 것을 찾아내기에도 좋고 위험한 사람이나 동물들이 다가오는 것을 더 잘 감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안식처가 될 만한 곳을 찾기에도 쉬워집니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는 위험하거나 불안할 때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본능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것이 아이입니다. 무언가에 놀라거나 불안할 때 안아달라고 떼를 쓰는 이유였습니다.

 

 

 

 

카페에 가면 2층 창가에 앉는 이유

카페에 가면 좋아하는 자리에 앉는 것도 본능에 따라 공통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이유 역시 위의 단락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데요. 위험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카페에 가면 전체조망이 가장 좋은 자리를 선택하게 됩니다.

 

1층이라면 공간의 중간보다는 테이블 모두를 볼 수 있는 가장자리를 선호합니다. 잘 보이기도 하지만 사각지대인 등 뒤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통유리가 있다면 창가에서 창밖을 감시할 수 있는 자리를 선택합니다. 2층 창가 자리라면 위험요소를 미리 파악하기에 가장 좋은 자리이기에 우리의 본능이 이 자리를 원하는 것입니다.

 

 

 

 

생존에 관련된 것이 기억에 잘 남는다

인류 진화의 역사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가장 큰 본능은 바로 생존일 것입니다. 다른 어떤 본능에 우선하여 우리는 생존하고 그리고 자손을 이어가도록 진화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생존에 위협이 될 만한 요소를 발견하고 이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것이 어떤 행위들보다 우선하도록 된 것입니다.

 

우리가 물에 빠져 죽을 뻔했던 일, 크게 아프거나 다쳤던 일, 교통사고 등 생존과 직결된 경험들이 평생 기억에 남는 이유입니다. 그렇게 뇌에 계속 박혀 있어야 같은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죠. 죽을뻔한 행동은 잊히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다시 그 행동을 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마치며

이런 인간의 본능적인 특징 이외에도 왜 남성은 많은 수의 이성을 원하는지? 왜 남성보다 여성이 아이를 더 잘 돌보는지? 날씨가 더운 지역의 요리에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는지? 우리가 물과 나무가 있는 호수가를 왜 좋아하는지? 왜 남자가 물불 안 가리고 위험한 행동을 잘하는지? 등에 대한 해답을 진화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알려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추측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 수천 ~ 수만 세대에 걸친 진화의 결과를 현재 우리가 판단하기에는 그 증거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만약 지금부터 수천 ~ 수만 세대에 걸쳐 사회의 변화와 인간의 본성 변화를 기록하고 연구한 데이터가 누적되어 어떤 유의미한 결과가 발견된다면 그것이 진리로 태어날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아직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진화심리학적인 증거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아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하는 행동들에 대한 이류를 대답해 주는 학문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하고 밝혀내기 힘든 것인지 알려주는 책 <오래된 연장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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