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는데요. 이번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앞으로 술집, 식당에서 잔술판매가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술잔 돌리기를 하다가 한두 잔 정도가 모자라는 경우, 한두 잔 정도로 기분만 내고 싶은 경우에 할 수 있는 선택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문제점들도 있을 것이라 보이는데요.
오늘 포스팅은 잔술판매, 소주 한잔 판매에 대한 제 생각을 말해볼까 합니다.
잔술판매 꽤나 좋은 아이디어
막잔을 따르는데 한두 잔이 모자라는 경우. 좋은 안주라서 딱 한잔 기분만 내고 싶은 경우. 병째 시키면 항상 반이상 남는 경우 등 잔술이 희소식이 될 사람들은 많습니다. 한병 다 시키지 않아도 되고 먹을 만큼만 잔으로 시키면 되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선택이 늘어났기 때문에 손해는 없어 보입니다.
반대로 업주는 잔술을 따르고 가격을 매긴다는 것이 조금은 귀찮은 작업이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잔술판매 이후에 판매량이 더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술에 대해 조금 더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이기 때문에 편하게 한잔씩 술을 시킬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러다가 취하면 조금더 시킬 테니까요.
아마 잔술로 먹다가 병째 먹는 가격보다도 더 돈이 많이 드는 경우도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술이라는 것이 한 잔 마시면 긴장감이 풀어져 더 많은 술을 원한다는 점에서 잔술판매는 주류 판매량 증가에 있어 꽤나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다
하지만 잔술판매에 앞서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아 보입니다. 우선 위생상의 문제인데요. 병째 팔다가 남은 술을 따라 준다던지, 남은 술들을 모아 판매한다던지 등 마시고 남은 술을 재판매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터지면 술을 시키는 입장에서도 잔술을 꺼려하게 될 수 있고요.
다음으로는 가격책정입니다. 소주한 병은 소주잔에 가득 따르면 8잔 정도의 잔술이 되는데요. 소주 한잔을 소주 한 병 판매량의 1/8을 받을 것인지 따르는 비용 등 인건비를 생각해서 그 이상 받을 것인지 문제가 야기됩니다. 만약 그 가격이 합리적이지 않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외면받을 것입니다.
다음은 업주의 입장입니다. 이 잔술판매가 계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생각 외로 판매량이 적다면 노력만 들고 수익은 그다지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쁜 식당에서 한잔 한잔 술을 따르고 계산기에 입력한다는 것이 꽤나 귀찮은 작업이 될 수 있고요. 아마도 '우리 가게에서는 잔술판매를 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달아 놓는 가게들도 꽤나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역시나 술 권하는 사회
잔술판매가 좋은 점도 있지만 시행에 앞서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아 보입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요. 한잔씩 판매가 가능하게 만들어놓은 것이 바로 '술'이라는 것입니다. 결국은 술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정책인데요. 그만큼 세수증대효과를 가지고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술에 가까워집니다. 한 병이면 많아서 안 시킬 것을 잔술로 시키다가 취해서 병째 또 시켜버리는 일이 다반사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잔술의 유혹, 이번 잔술판매로 더욱 소비자를 유혹에 빠뜨리게 될 것입니다.
적당히 마시면 좋은 술이지만 과하면 해롭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술에 취하게 되면 그런 생각이 옅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알코올의 위해성에 대한 연구 결과는 무수히 많습니다. 오히려 알코올에 대한 접근성을 줄이는 것이 나아 보입니다만, 이번 잔술판매로 역시나 술 권하는 한국 사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다만, 현명한 소비로 잔술이 병술로 이어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