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과 함께 시작한 금주가 이번 주말로 벌써 1년이 되는 날입니다. 금주를 결심한 계기가 강력했고 금주로 인해 제게 나타난 긍정적 변화를 체감하면서 비교적 수월하게 금주를 할 수 있었는데요.
술을 끊어보니 좋은 점이 많아서 금주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할 정도로 금주는 압도적으로 좋은 점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글은 금주 효과, 술끊기로 나타난 변화에 대해 다루어볼까 하는데요. 금주 100일, 200일, 1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제게 나타난 변화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일반적이지 않는 제게 나타난 주관적인 변화를 다루는 글임을 감안해서 봐주시기 바랍니다.
금주를 하기 전 저의 상태와 금주를 결심한 계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아래글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술끊기로 결심하다(알코올 중독 테스트 결과포함)
한 달만 끊어보자고 시작했던 금주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간 고비도 많이 있었지만 술을 끊기 전 바닥을 친 경험과 금주로 인해 경험하고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아주 컸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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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100일 효과
* 밤늦게까지 술과 음식을 먹을 일이 없으니 별도로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도 체중이 줄었습니다.(5kg 정도)
* 식탐이 줍니다. 음식은 술과 함께 곁들여 먹는 안주라고 생각했었는지 술을 안 먹으니 음식에 대한 식탐자체가 줄어듭니다.
* 다른 일을 할 여유시간이 늘어납니다. 저녁에 술을 마시지 않으니 그만큼 맨 정신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다른 사람과 약속을 잡는 것이 자유로워집니다. 술을 마시기 편한 저녁에 약속을 잡지 않아도 되고 술 먹는 다음날은 숙취 때문에 비워두었던 일정의 제한도 사라집니다.
* '숙취 >> 해장음식, 땀빼기, 쪽잠 등으로 어떻게든 해소 >> 하루를 버티며 일하기 >> 저녁이 되면 술'의 사이클이 사라집니다. 숙취가 없고 술을 깨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으니 활동시간에 전반적으로 능률이 올라갑니다.
* 돈이 절약됩니다. 술값, 대리비, 택시비, 배달음식비, 해장국, 숙취약 살 일이 없으니 돈이 많이 절약됩니다.
* 얼굴에 열감이 줄고 혈색이 좋아집니다. 당연히 여드름 등 피부 트러블도 줄어요.
* 이건 정말 좋은 부분인데요. 술 마시며 평생 달고 살던 설사가 줄어들고 배변이 일정해집니다. 출근길에 운전하다 급하게 화장실을 찾아가는 일이 사라졌어요.
* 밤늦게 자지 않으니 수면습관이 좋아집니다. 잠을 확실히 잘 자요.
* 술을 마시지 않고도 재미있는 일이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고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술을 마실 때보다 더 인생사가 다사다난하고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 항상 멍했던 머리가 조금은 깨어난 듯합니다. 판단력이 좋아지고 말하고 싶은 단어도 조금 더 잘 생각나고 있다고 느낍니다.
술끊기 200일 후 변화
* 술을 마신 다음날 죄책감 들일이 없습니다. 혹시나 필름이 끊겨 실수라도 했을까 봐 조바심 내며 어제 일을 역추적할 일이 사라지게 됩니다. 폭음 후 실수를 하면 죄책감으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집니다. 당연히 술을 마시지 않으면 이런 일이 사라지고 자존감도 향상되며 우울감도 개선됩니다.
* 간수치가 정상수치로 내려갑니다. 간수치의 지표 중 하나인 감마지티피(정상수치 9~64)가 금주 180일 정도에 검사한 결과 27로 정상 범위애 안착했습니다. 2020년에는 138, 2021년 130이었던 걸 비교해 보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직장 건강검진을 시작한 이래로 처음으로 정상수치로 내려온 것입니다.
* 남성호르몬 수치가 올랐습니다. 남성호르몬 주사를 따로 맞지 않았는데도 금주 200일이 지나자 남성호르몬 수치가 올랐습니다. 이는 술을 마시면 모든 호르몬 분비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인데요. 호르몬은 수면, 기분, 몸 상태 등 모든 생활방식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며 술은 이런 바이오 리듬을 망가뜨리는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 인간관계의 허실이 가려집니다. 술꾼들의 친구들은 대부분 술꾼입니다. 술꾼이 아닌 사람들은 과음하면 잔소리를 하기도 하고 맨 정신으로 나를 계속 지켜본다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으면 술꾼들과는 자연히 멀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다른 인간관계가 또 생기게 되더라구요. 술 말고 다른 취미, 다른 관심사를 가지는 사람들과의 교류는 조금 더 내 삶의 색깔을 다양하게 만들어줍니다. 술꾼보다 더 좋은 친구가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 술에 돈 쓰고 몸 망치고 마음 망치는 인간관계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 금전적인 이득이 꽤 됩니다. 돈을 더 버는 것은 아니지만 훨씬 덜 쓰게 됩니다. 생각 외로 술로 인한 부대비용은 많습니다. 요즘은 음식값이 꽤 비싸죠. 그리고 술을 마시면 자제력이 사라집니다. 그런 상태에서는 자연히 과소비하게 됩니다. 그리고 택시비, 대리비에 다음날 숙취약, 아프면 가는 병원비, 일을 못해서 생기는 손해들...... 이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
금주 1년 효과
금주로 인해 100일 정도만 지나면 드라마틱한 신체적 변화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불안정해지기도 했는데요. 늘 불편하고 복잡한 감정이 있을 때면 술을 마셔 그런 감정에서 도피했기 때문입니다. 술이라는 방패가 사라지니 그 감정을 고스란히 제가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죠.
술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맨 정신으로 감정을 다룬다는 것이 꽤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구요.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 이렇게 다양한 것이었구나. 그런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는데 술로 너무 덮어두려 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감정을 덮어두기만 하면 마음의 병이 찾아오게 된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금주 1년이 지난 지금에 제가 달라진 것들은요,
* 타인의 시선에서 내려와 나의 인생을 살게 된 것 같습니다. 남의 목표가 내 것인 것처럼 살다가 좌절과 불편함을 느끼면 술을 마셔 회피하는 사이클을 탈피하니 내 모습이 좀 더 객관적으로 보였습니다. 인생의 고통을 술로 도피하지 않으니 내 모습을 그대로 직시할 수 있었습니다.
내 모습, 내 감정들을 직시하며 '나는 누구이며,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조금은 나만의 세계관을 만들고 있음을 느낍니다. '40대 남자 취미'등을 인터넷에 검색하며 남들의 취미로 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 거라는 생각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것 같네요.
* 나의 세계관, 나에 대한 조금의 확신이 생기니 남에게 휘둘리는 일이 줄어듭니다. 그러면 자연히 남의 반응에도 그다지 화가 나지 않게 되더라구요. 외부상황에 의해 일어나던 감정기복과 화, 짜증이 확연히 줄었습니다.
* 조금 더 삶이 행복해집니다. 술을 중독적으로 마시면 술 말고는 재미있는 게 없습니다. 하지만 술을 끊어보니 일상에 있던 사소한 것이 사소한 것이 아니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너무도 화창한 날씨,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선선한 바람, 아침에 마시는 우유 한잔에도 감흥이 일어나며 이 기분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게 됩니다. 술 하나를 잃었지만 더 많은 것을 얻게 된 것이죠.
끝으로
술을 줄이라고, 건강 생각하라고 좋은 소리를 하는 주위사람들의 말을 들을 때 화가 난 적이 있으신가요? 자신을 생각해 주고 아껴주는 가족과 지인에게 왜 화가 날까요? 원래 내가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사람이었을까요?
아마도 이 글을 검색해서 읽으신 분들은 술로 인해 일상에 문제가 찾아오신 분들이라고 예상이 되는데요. 제 글을 보며 불편한 감정이 일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왜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이 드는지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요.
술이 고된 하루 일과를 견디게 하는 활력소이자 보상이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있습니다. 물론 술을 마심으로써 하루의 스트레스를 잊기도 했구요. 하지만 어느 순간 술을 마셔도 스트레스는 사라지지 않고 다음날 일과가 더 고되어 지기만 한다면 무언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술을 마시고 취하면 그 당시에만 괴로운 일을 잊게 할 뿐, 현실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술을 깨고 나면 더 크게 다가올 현실이 말입니다.
술 문제로 고민하는 분에게 금주 효과에 관한 이 글이 조금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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