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끊는법이 어떤 단계처럼 정해져 있고 이를 지키느냐에 따라 성공률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금주를 결심한 계기가 강력할수록 그리고 본인의 의지가 강할수록, 주위 사람의 지지가 있을수록 성공률은 더 올라가게 됩니다. 더불어 몇 가지 장치들을 안배해 놓는다면 그 성공률이 조금 더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금주 400일을 맞아 술을 끊고자 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술끊는방법들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방법이지만 본인에게 도움이 될 부분들이 있다면 잘 사용하셔서 성공적인 금주생활을 이어나가길 바라겠습니다.
강력한 금주 동기를 가지고 꾸준히 상기하라
술을 끊고자 했던 각자만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건강 문제, 바닥을 친 경험, 우울증, 가정 불화, 직장 문제, 흑역사, 자녀문제 등 술을 끊고자 하는 개인만의 강력한 금주 동기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만취해서 다치기까지 해서 다음날 돌이 지난 아이 앞에서 몸도 못 가누는 제 모습을 보고 금주를 결심했습니다.
▶아래글은 제가 금주를 결심하게 된 동기에 관한 글입니다.
제 글을 찾아 읽는 분들이면 각자만의 강력한 동기가 생겼을 것입니다. 인간의 뇌는 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자주 떠올리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습관화되는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만취로 인한 나쁜 경험도 마찬가지 인데요.
바닥을 친 경험을 자주 떠올리면 뇌의 기억시스템은 그 경험을 강화합니다. 그 나쁜 경험을 강화해서 뇌 속에 나쁜 기억으로 깊이 인식시키는 것이죠.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금주를 결심했던 동기, 술로 인한 나쁜 경험을 계속 생각하세요. 그럼 한결 술에서 멀어지기가 수월해집니다.
반대로 술을 끊음으로써 좋아질 일들도 자꾸 떠올려 주세요. 건강해질 내 모습, 아내와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내모습, 술 없이 다양한 인간관계를 하는 내 모습을 떠올려 주세요.
술로 인해 나쁜 경험을 떠올리고 술을 먹지 않음으로써 생긴 좋은 기억을 떠올려 뇌가 술은 나쁜 것이라고 무의식 중에도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술 생각이 날 때마다 그날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던 아이의 모습과 최근 아들과 즐거웠던 시간을 생각합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금주로 이어지는 강력한 동기가 되어 주었습니다.
금주 동기와 술을 끊음으로써 좋았던 점을 계속 되뇌면 어느 순간 '나는 술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이 생기게 됩니다. 금주 기간이 길어질수록 술로 인한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았음을 깨달으면 한층 금주에 추진력이 생깁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나는 술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을 가지면 금주에 성공할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주위 환경을 세팅하라
술을 끊고자 하는 의지가 강력하더라도 눈앞에 당장 마실 수 있는 술이 있다면 마음이 혹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아직 술이 나쁘다는 것보단 좋다는 기억이 더 강하게 뇌에 남아있는 시기에 이런 유혹이 많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금주 초기에는 최대한 술자리에 안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위사람들에게 나는 술을 끊었다고 공표하고 지지를 요청하세요. 가정에서는 식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집안에서는 술을 먹지 말아 달라 부탁하고 술은 모두 치워버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인이 술을 끊는다면 흔쾌히 도와줄 것입니다. 남들에게 공표하고 지지를 요청할수록 그 말이 나를 구속하게 됩니다. 그래서 더욱더 금주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술을 끊고 남는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
생각 외로 술을 끊어보면 시간이 많이 남습니다. 술을 마시는 시간, 술을 깨기 위해 소비하는 시간이 없어지면 상당한 시간이 남습니다. 그럴 때 또 술생각이 나기 쉽습니다. 그 시간에 취미생활이나 운동, 부업, 생산적인 활동, 육아처럼 의미 있는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삶이 공허해집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풀 수단도 사라지게 되면 성격도 예민하게 되죠. 술을 끊고 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일을 만드세요. 저는 이렇게 글을 쓰고 아이와 같이 노는 시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개 술에 집중하고 맹목적이었던 사람은 무언가 결핍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이 누군가의 사랑과 인정일 수도 있고 자존감, 삶의 목표, 자립성 등이 부족해서 자신을 괴롭히던 마음이 술로 인해 편해졌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술을 끊게 되면 그 부족했던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합니다. 그래야 앞으로의 삶이 술 없이도 공허해지지 않습니다. 술을 끊고 남는 시간 동안 다양한 활동과 사색을 통해 내가 술을 마셨던 이유를 찾아낸다면, 그리고 그 결핍을 메꿀 방법을 찾아낸다면 술보다도 재미있는 삶의 활력소가 생겨날 것입니다.
술이 정말 마시고 싶을 때 긴급처방
사람은 한번 어떤 생각이 떠올라 그것에 집중하게 되면 그 생각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갑자기 술 생각이 나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면, 마지막으로 30분만 걷고 들어와서 먹고 싶다면 그렇게 하자고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야외에서 풍경을 보며 걸어보세요.
어느새 마음이 진정되고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습니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할 때 걷는 것처럼 산책은 눈앞에 몰두하는 생각에서 벗어나 마음을 한결 여유롭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알코올에 취하고 싶지는 않지만 술 마시는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나 도저히 술을 마시고픈 열망을 참을 수 없을 때는 무알콜 맥주가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요즘 정말 진짜 맥주맛에 가깝게 나오는 제품들이 많거든요. 그리고 알코올이 없는데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마셔보면 취하는 것 같은 마법 같은 경험도 할 수가 있습니다. 저도 모임 때는 종종 마시는 편입니다.
술은 마음을 위로해 주지 않는다
나에게 있었던 결핍, 그것이 술로 인해 채워지고 좋은 경험이 생겨버리면 어느 순간 감정적으로 힘들거나 즐거운 순간에도 술을 찾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좋은 경험을 느끼기 위해서 마시는 술은 점점 늘어가며 그 좋았던 경험을 느끼는 순간은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어느새 나쁜 일이 더 많이 생기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자신의 손에서 술병을 내려놓기가 힘들게 되어버립니다.
술은 무언가 빠져버린 자신의 마음, 부정적인 감정들을 달래어 주지 않습니다. 다만, 그 감정을 잠시 덮어두는 가림막에 불과할 뿐 언젠가 맨 정신으로 엄청나게 불어버린 그 부정적 감정들을 감당해야 함을 기억하세요. 조금 더 빨리 그만둘수록 조금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 금주효과에 대한 글입니다. 금주 결심을 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금주 400일 차에 적어보는 경험담이었습니다. 술 문제로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