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25개월 사내아이가 있어 종일 따라다니다 보면 진이 다 빠지고는 합니다. 그래서 늘 집에 들어올 때면 살짝 멘탈이 나가는데요.
저녁까지 밖에서 먹고 이제 들어가서 씻기기만 하면 되는구나 하고 아이를 차에 태우고는 무의식적으로 문을 닫았는데...
또... 차문에 손이 찍혔습니다. 이번에는 차문에 엄지가 살짝 닿은 순간 아차 해서 급하게 뺐더니 크게 다치지는 않았는데요. 불현듯 2년 전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차문에 손톱을 찍혀 6개월이나 고생한 손톱 피멍, 의학용어로 조갑하혈종 사건인데요. 6개월이나 손톱 때문에 고생해 놓고 2년도 지나지 않아 또 다칠 뻔했으니 인간은 망각의 동물임을 다시 한번 느끼네요.
오늘 포스팅은 다신 차문에 손톱이 찍히지 말자 다짐하면서 손톱 멍(조갑하혈종) 발생 시 손톱 피멍, 통증, 응급처치, 병원치료, 손톱 빠짐, 회복 과정까지 시간순으로 알려드리도록 할게요.
차문에 손톱 찍힘
21년 12월 2일 18시경. 분식집에 어묵을 사러 차를 길가에 주차해 놓고 문을 닫았는데 오른손 엄지가 아직 문안에 있다는 걸 망각해 버렸습니다.
그 순간 "악"소리와 함께 순간적으로 엄지 손가락을 쥐고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통증이 정말 강했는데요. 손가락을 망치로 마구 때리는 느낌과 함께 손가락에서 맥박이 뛰는 느낌까지 났습니다.
'아, 이거 뭔가 잘못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참을 그렇게 주저앉아 있다가 통증이 어느 정도 가라앉을 때 어묵을 사서 한 손으로 운전을 해서 들어왔습니다. 오른손에 힘만 줘도 통증이 느껴졌거든요.
병원을 가기에는 저녁 7시가 넘은 상황이라 하루 정도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집에 와서 찬물로 얼얼함을 달래고 진통제를 먹었습니다. 손가락에서는 계속 심장 뛰는 느낌이 났구요.
잘 시간이 되어서 손톱을 보니 1/3 정도가 손톱 멍이 생겼더군요. 통증도 가시지 않길래 진통제를 한 알 더 먹고 억지로 잠을 청해보았습니다.
못 자겠더군요.
진통제 한알을 더 먹고 누워봤습니다.
못 자겠더군요.
손톱 통증 응급처치
21년 11월 3일 새벽 3시경. 통증 수준이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인터넷 검색을 시작합니다.
손톱 멍(조갑하혈종)이 생겼을 때 응급처치는?
[정석]
1. 병원(정형외과)에 가서 손가락 골절 여부를 엑스레이로 확인하고 진통제를 먹는다.
2. 진통제를 먹고도 통증이 심하고 손톱 피멍이 심하다면 병원에서 손톱 위에 구멍을 내서 죽은 피를 빼낸다. 통증 제거에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구멍을 뚫고 나서 감염 우려 때문에 구멍을 안 내고 진통제만 주는 병원이 많다.
[민간요법]
어차피 병원에 가서도 손톱 위에 구멍을 내기 때문에 집에서 셀프로 손톱에 구멍을 내서 피를 빼낸다.
새벽까지 잠도 못 자고 너무 심한 통증에 이성적인 판단이 힘들 때라(그냥 눈이 뒤집힌 상태였습니다.) 민간요법을 선택했습니다.
내 손으로 손톱에 구멍을 내려면 한 손으로 힘조절이 힘들기 때문에 바늘을 라이터로 지져서 플라스틱에 구멍을 뚫듯이 하면 잘된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눈이 뒤집힌 마당에 이대로 따라 해 보았는데요.
손톱 밑 생살로 전해지는 열기와 함께 2/3 정도를 불에 지진 바늘로 손톱 구멍을 내고 나머지는 바늘을 살살 돌려가며 사선으로 구멍 뚫기를 계속했습니다.
몇 분 정도 조심히 작업 중에 "됐다!"라는 느낌가 함께 검게 죽은 피가 솟아 나왔습니다. 순간, 통증이 썰물처럼 사라지면서 묘한 희열이 찾아왔는데요. 그제야 잠이 들게 됩니다.
손톱 멍 병원방문
21년 11월 3일 10시경. 통증이 사라지고 거의 아침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는데 구멍 뚫린 곳이 굳은 피로 막히니 또 통증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바로 동네 정형외과로 향했습니다.
의사가 신기해하며 말을 하더군요
"혼자 뚫으려면 보통일 아닐 텐데... 와 구멍 잘 뚫으셨네요."
아픈데 그래도 묘한 성취감이 있더군요. 그 후로 손가락에 골절이 있는지 엑스레이를 찍어봅니다.
다행히 골절은 없었으나 의사가 말하기를,
손톱에 구멍을 뚫다가 감염되거나, 뚫린 구멍으로 물이나 세균이 들어가서 염증이 생기면 바로 손톱을 뽑아야 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병원에서도 진통제 처방을 주로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구멍이 있는 상태로 찾아갔기 때문에 통증이라도 줄이게 구멍을 몇 개 더 뚫자고 하더군요.
보통 이 정도 손톱 피멍이 들면 손톱은 죽은 거라고 보면 되고 자연 회복으로 새 손톱이 나는 데는 몇 달은 걸릴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단, 그 와중에 염증이 생기면 손톱을 빼야 하므로 손톱이 없는 상태로 새 손톱이 올라올 때까지 지내야 한다는 말도 해주더군요.
처치실로 들어가서 손톱에 소독을 해놓고 기다리고 있으니 의사가 들어옵니다. 무서워서 고개를 돌리고 있는데 끝났다고 하더군요. 나는 밤새 끙끙거렸는데 의사는 5분도 안 돼 굵은 주삿바늘로 구멍 2개를 뚫어 버립니다. 고인 피가 많았는지 피가 철철 흘러나오고 통증이 씻은 듯이 사라집니다.
집에 와서 피가 고인 붕대를 갈고자 붕대를 풀어보니 이렇게 손톱에 구멍 3개가 나란히 나 있습니다.
이후 혹시나 물이 닿아 염증이 생길까 봐 물 안 닳게 비닐장갑을 끼고 며칠을 씻은 것 같네요. 일주일 정도 지나면 구멍이 피로 막히는듯하더니 어느새 막힌 것처럼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때부터는 비닐장갑도 끼지 않고 물을 그대로 닿게 해도 다행히 염증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손톱 빠짐
사건 발생 2달 정도가 지난 22년 1월에 결국 의사의 말대로 내 손톱이 죽었습니다. 도마뱀의 꼬리마냥 죽은 손톱 밑으로 새 손톱이 안녕하고 올라오고 있더군요.
새 손톱이 죽은 손톱을 밀고 나와 두 손톱 사이에 경계가 보이고 있습니다. 와 인체의 신비란... 이 와중에 감탄을 하네요
시간이 지나면서 죽은 손톱이 점점 밀려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사건 발생 3달 정도가 지난 22년 2월경 옷을 입다가 소매에 걸려 죽은 손톱이 툭 하고 떨어졌습니다.
묘한 상실감이 느껴지더라구요. 몇십 년 나와 함께하던 손톱이었는데...
새 손톱이 밀고 나올 때 죽은 손톱 밑으로 들어간 부분은 이렇게 두께가 얇습니다. 손톱이 없는 부분도 얇은 막? 같은 게 있어서 어디에 닿아도 따갑지는 않더군요.
새 손톱의 성장
새 손톱이 조금 더 올라오고 있습니다. 22년 2월 사건발생 3.5개월 정도가 지난 시점입니다.
22년 2월 말 사건발생 4달째. 새 손톱이 거의 다 올라왔습니다. 손톱이 없는 부분이 거의 없네요. 단, 죽은 손톱밑에서 올라오던 부분이 두께가 더 얇습니다.
두께가 얇은 손톱이 조금씩 자라나와 잘라내고 하다 보니 완전히 일정한 두께가 되었습니다. 이때가 22년 4월 말경이니 손톱이 차문에 찍혀 피멍이 든 후 완전히 회복되는데 근 6개월이 걸린 셈입니다.
마치며
최근 또 한순간의 방심으로 또다시 6개월을 고생할 뻔했네요.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방문, 창문, 차문..... 문이란 문은 모두 닫을 때 조심하자. 한 번의 실수가 6개월을 간다.
모두 문조심 하시길 바랄게요. 혹시나 손톱 멍이 들어 이 글을 보신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가시길 권장드립니다. 셀프 치료하시다가 손톱을 뽑아낼 수도 있으니 말이죠.
지금까지 손톱 피멍에서 손톱 빠짐 후 회복기록이었습니다.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